목조 건축물, 몇 층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나무로 지은 건물이라고 하면 대개 2~3층짜리 단독주택이나 한옥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 유럽과 북미에서는 목재로 20층이 넘는 건물을 짓는 사례가 실제로 나오고 있다. 목조 건축물은 대체 몇 층까지 지을 수 있는 걸까.

이 주제를 파고들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몇 년 전 노르웨이에 있다는 나무로 된 고층 건물 사진을 우연히 인터넷에서 봤는데, 처음 든 생각은 “저게 정말 안전할까”였다. 개인적으로는 나무는 불에 잘 타는 재료이니 고층 건물 구조재로 쓰기에는 근본적으로 무리가 있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면서 목재의 내화 원리가 콘크리트나 철골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걸 알게 됐고, 왜 이 재료가 실제로 국제 기준에서 고층 건물 구조재로 인정받고 있는지 궁금증이 풀리기 시작했다.

핵심은 두 가지: CLT의 교차적층 구조, 그리고 탄화층

목조 고층 건축을 가능하게 만든 재료가 CLT(Cross Laminated Timber, 직교집성판)다. CLT는 판재를 켜켜이 쌓을 때 나뭇결 방향을 층마다 서로 직각으로 교차시켜 접착제로 압착한 목재 패널이다. 일반 목재나 합판이 결 방향으로는 강하지만 결과 수직인 방향으로는 쉽게 갈라지는 것과 달리, 결을 90도씩 교차시키면 가로세로 양쪽 방향 모두에서 강도와 치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콘크리트에 철근을 가로세로로 배근해 인장력에 대응하는 것과 원리상 비슷한 발상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또 하나의 핵심은 탄화층(char layer)이다. 목재는 불에 타면 겉면부터 검게 그을리며 숯 형태의 탄화층이 형성되는데, 이 탄화층 자체가 단열재 역할을 해서 불꽃과 열이 내부 목재로 전달되는 속도를 크게 늦춘다. 나무가 불에 타면 오히려 안쪽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설명을 처음 봤을 때는 꽤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마치 통나무를 태울 때 겉은 새까맣게 타도 안쪽 심재는 한참 동안 멀쩡한 것과 같은 원리다.

CLT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 제재목을 건조·등급 선별한 뒤 필요한 두께의 판재로 가공한다.
  2. 판재를 층마다 결 방향이 직각이 되도록 홀수 층(3, 5, 7층 등)으로 배열한다.
  3. 구조용 접착제를 도포하고 유압 프레스로 압착해 하나의 패널로 접합한다. 국내 CLT 생산 설비 기준으로 패널 압착에는 1회당 약 90분이 소요되고, 두께는 사양에 따라 100~300mm 범위로 생산된다.
  4. 완성된 패널을 설계 치수에 맞춰 CNC 가공(절단, 개구부 천공 등)한다.
  5. 현장에서 기둥·보(주로 글루램) 구조체와 결합해 바닥판, 벽체, 코어(엘리베이터 샤프트·계단실) 등으로 조립한다.

화재 시 탄화층이 만들어지는 과정

① 화재 발생, 목재 표면 착화
    ↓
② 표면 열분해로 탄화층 형성 시작 (탄화 속도 약 0.65mm/분, 목재 종류·단면 조건에 따라 차이)
    ↓
③ 탄화층이 단열층 역할, 내부로의 열전달 지연
    ↓
④ 탄화층 안쪽 미탄화 목재(잔존 단면)가 하중을 계속 지지
    ↓
⑤ 화재 시간에 따라 잔존 단면 감소 → 설계 시 이를 감안한 여유 단면(희생 단면)을 미리 반영

실제 수치로 보는 탄화 속도와 내화 성능

CLT의 공칭 탄화 속도(charring rate)는 흔히 사용되는 침엽수 기준으로 약 0.65mm/분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두께 200mm, 5겹 구성의 CLT 패널이 한쪽 면에서만 화재에 노출된다고 가정하면, 이 속도로 계산했을 때 60분이 지나면 약 39mm, 90분이 지나면 약 59mm 정도의 단면이 탄화되어 소실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구조 설계에서는 이렇게 소실될 단면을 미리 예측해, 화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남은 목재 단면만으로 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패널 두께에 여유분(희생층)을 더해 설계한다.

실제 사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들

노르웨이 브루문달(Brumunddal)에 있는 미외스토르네트(Mjøstårnet)는 총 18층, 높이 85.4m로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로 국제고층건축학회(CTBUH)의 공인을 받았다. 글루램 기둥·보·가새 구조에 CLT를 엘리베이터 코어, 계단실, 바닥판에 사용한 복합 목구조 건물이다.

이후 2022년 미국 밀워키에 지어진 어센트(Ascent MKE)가 25층, 높이 86.6m(284피트)로 CTBUH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스팀버 하이브리드 건물로 공인받아 미외스토르네트의 기록을 넘어섰다. 어센트는 지상 6개 층까지는 현장타설 콘크리트 포디움으로, 그 위 19개 층은 매스팀버 구조로 올라간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매스팀버 구조를 채택하면서 동일 규모의 콘크리트 건물 대비 공사 기간이 약 25% 단축됐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제도적으로는 미국의 2021년판 국제건축코드(IBC)가 매스팀버 전용 구조 유형인 Type IV-A를 신설하면서,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18층, 높이 270피트(약 82m)까지 목구조 건물을 허용하도록 했다. 다만 이 유형은 주요 구조부에 3시간 내화 등급을 요구하며, 목재 노출면을 줄이기 위해 석고보드 등 비가연 마감으로 감싸는 조건이 붙는다. 국내에서는 국가건설기준센터가 관리하는 KDS 41 50 05(목구조 일반) 등 설계기준을 통해 목구조 부재의 설계·접합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목재 vs 철근콘크리트: 하중을 버티는 방식의 차이

철근콘크리트는 콘크리트가 압축력을, 내부에 매립된 철근이 인장력을 나눠 맡는 복합재 방식으로 하중에 저항한다. 화재가 나면 콘크리트 자체는 잘 타지 않지만, 고온이 지속되면 내부 철근의 강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콘크리트 표면이 박리(폭렬)되면서 오히려 철근이 열에 노출되는 취약점이 생길 수 있다. 즉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 철근의 강도 저하로 구조 성능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CLT·글루램 같은 매스팀버는 애초에 목재 자체가 구조체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탄화층을 만들어낸다. 화재 진행 속도가 탄화 속도로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 “몇 분간 화재에 노출돼도 남은 단면이 하중을 버틸 수 있는가”를 계산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 철근콘크리트의 급격한 강도 저하 방식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물론 이는 목재가 콘크리트보다 무조건 우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중 저항과 내화 성능을 확보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흔한 오해: “나무 건물은 불이 나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이 오해는 얇은 각재나 판재가 타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매스팀버에 쓰이는 CLT나 글루램은 단면 두께가 수십~수백mm에 달하는 두꺼운 부재이고, 위에서 설명한 탄화층이 표면에 형성되면서 내부로의 열전달 속도가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늦춰진다. 오히려 노출된 강철 구조가 고온에서 갑자기 물러지며 급격히 처지는 것과 비교했을 때, 두꺼운 목재 단면은 탄화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성능 저하 곡선을 보인다는 것이 여러 화재 실험 자료들이 공통으로 짚는 지점이다.

핵심 정리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목조 고층 건축이 가능해진 게 “나무가 생각보다 안 탄다”는 막연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탄화 속도를 mm/분 단위로 계산해 설계에 반영하는 정량적 접근 덕분이라는 점이었다. 막연한 안전 이미지가 아니라 계산 가능한 공학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니 처음의 막연한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 CLT는 나뭇결을 층마다 직각으로 교차시켜 접착·압착한 목재 패널로, 양방향 강도와 치수 안정성을 확보한다.
  • 목재는 화재 시 표면에 탄화층이 형성되며, 이 층이 단열재 역할을 해 내부 목재로의 열전달을 늦춘다. CLT의 공칭 탄화 속도는 약 0.65mm/분으로 알려져 있다.
  • 노르웨이 미외스토르네트(18층, 85.4m)와 미국 어센트 MKE(25층, 86.6m)는 각각 완공 당시 CTBUH 공인 세계 최고층 목조 건물이었다.
  • 미국 2021 IBC의 Type IV-A 기준은 조건 충족 시 최대 18층·270피트(약 82m)까지 매스팀버 건물을 허용하되, 주요 구조부에 3시간 내화 등급과 비가연 마감을 요구한다.
  • 철근콘크리트는 콘크리트(압축)와 철근(인장)의 분업으로, 매스팀버는 목재 단면 자체와 탄화층의 자기 보호 메커니즘으로 하중과 화재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방식이 다르다.

참고자료

  • CTBUH(국제고층건축학회) 관련 보도자료 및 자료, “CTBUH declares Ascent as the world’s tallest timber building” — The Architect’s Newspaper, 2022 (https://www.archpaper.com/2022/08/ctbuh-declares-milwaukee-tower-ascent-the-worlds-tallest-timber-building/)
  • CTBUH Papers, “Ascent – Challenges and Advances of Tall Mass Timber Construction” (https://global.ctbuh.org/resources/papers/download/4373-ascent-challenges-and-advances-of-tall-mass-timber-construction.pdf)
  • Moelven, “Mjøstårnet: The World’s Tallest Timber Building” (WCTE 2023 발표자료) (https://www.moelven.com/contentassets/45063567b84944dab52c6d890dceb38f/wcte2023-mjostarnet.-the-worlds-tallest-timber-building.pdf)
  • WoodWorks – Wood Products Council, “Tall Wood Buildings in the 2021 IBC – Up to 18 Stories of Mass Timber” (https://www.woodworks.org/resources/tall-wood-buildings-in-the-2021-ibc-up-to-18-stories-of-mass-timber/)
  • 2021 International Building Code, Section 602.4 Type IV (ICC Digital Codes) (https://codes.iccsafe.org/s/IBC2021P1/chapter-6-types-of-construction/IBC2021P1-Ch06-Sec602.4)
  • USDA Forest Products Laboratory, “CLT Handbook (US Edition), Chapter 8: Fire” (https://www.fpl.fs.usda.gov/documnts/pdf2012/fpl_2012_dagenais001.pdf)
  • WoodSolutions, “CLT Fire Performance” (https://www.woodsolutions.com.au/publications/clt-fire-performance)
  • 국가건설기준센터(KCSC), KDS 41 50 05 목구조 일반 (https://www.kcsc.re.kr/standardCode/list/102041)
  • 한국목재신문, “국내 최초 CLT 설비 도입 및 제품 생산 시연회 ‘성료’” (https://www.wood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