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건물 로비에서 승강기 버튼 앞에 서면 한 가지가 눈에 띈다. 어떤 승강기는 1층에서 30층까지만 서고, 어떤 승강기는 로비에서 출발해 중간층을 모두 지나쳐 곧장 60층 부근으로 올라간다. 왜 승강기 한 대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층을 담당하지 않을까.

사실 이 궁금증이 생긴 건 별거 아닌 계기였다. 예전에 어느 오피스 빌딩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분명 같은 로비인데 승강기마다 서는 층 범위가 다르게 안내되어 있는 걸 보고 순간 헷갈렸던 적이 있다. “왜 이렇게 나눠놨지, 그냥 한 대가 다 서비스하면 편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다가 이게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건물 코어 면적과 직결된 구조적 선택이라는 걸 알고 나서야 그 로비의 승강기 배치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새로운 건물에 갈 때마다 로비 안내판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어떤 건물은 저층·고층 두 그룹으로만 나뉘어 있고, 어떤 건물은 서너 개 그룹에 스카이로비 환승 안내까지 붙어 있어서, 건물의 높이나 용도에 따라 이 조닝 방식이 꽤 다르게 설계된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번 기회에 이 원리를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샤프트 면적이 늘어나는 문제

승강기 한 대가 서비스하는 층수가 늘어나면 두 가지가 동시에 증가한다. 첫째는 정차 횟수와 왕복 시간(Round Trip Time)이고, 둘째는 그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승강기 대수다. 정차가 늘면 한 번의 왕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같은 배차 간격과 수송능력을 유지하려면 승강기 대수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승강기 대수가 늘면 그만큼 샤프트(승강로)도 늘어야 하고, 샤프트는 각 층에서 임대 가능한 바닥면적을 그대로 잠식한다.

핀란드 승강기 제조사 KONE의 연구진(Ruokokoski, Sorsa, Siikonen)이 2018년 국제 학술대회 ‘9th Symposium on Lift & Escalator Technologie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5~20층 이하 건물은 보통 승강기 한 개 그룹이 전 층을 서비스할 수 있지만 건물이 높아질수록 전 층을 서비스하는 승강기 그룹이 건물 코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진다. 이 논문은 100인/층, 60층 규모 오피스 건물을 사례로 계산했는데, 단일 조닝(승강기 그룹 하나가 전 층 서비스)일 경우 39대의 승강기와 16,058㎡의 코어 면적이 필요했던 반면, 코어 면적을 최소화하도록 저층·중층·고층으로 조닝을 나누자 30대, 7,452㎡로 줄었다. 같은 조건에서 150~200인/층 밀도의 건물은 조닝을 통해 코어 면적을 최대 약 6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 논문의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조금 놀랐다. 나는 막연히 “층이 많으면 승강기도 그만큼 늘리면 되겠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찾아보니 코어 면적 차이가 절반 넘게 벌어질 만큼 큰 변수였다. 임대 면적이 곧 건물주 입장에서는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니, 조닝이 단순한 운영 편의가 아니라 건물 전체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설계 결정이라는 걸 이제야 실감하게 됐다.

단계별 구조: 저층·중층·고층 존과 환승

실제 설계에서는 건물을 몇 개의 수직 구간(존)으로 나누고, 각 존을 별도의 승강기 그룹이 담당한다.

1. 로컬 존 분리

저층 승강기군은 로비에서 출발해 중간층(예: 1~34층)만 서비스한다. 고층 승강기군은 로비에서 출발하되 저층 구간을 무정차로 통과(익스프레스)하고 상부 구간만 서비스한다. KONE 논문은 이 구조를 “로우라이즈(low-rise)”와 “하이라이즈(high-rise)”로 구분하며, 저층 승강기는 이동 거리가 짧으므로 정격 속도를 낮춰 설계할 수 있어 기계 비용과 에너지 소비도 함께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2. 스카이로비 환승 구조

건물이 더 높아지면 저층에서부터 모든 존의 샤프트가 지상까지 내려와야 하는 구조 자체가 비효율적이 된다. 이때 도입되는 것이 스카이로비다. 셔틀 승강기가 로비에서 무정차로 스카이로비까지만 운행하고, 그 위층들은 스카이로비에 대기 중인 별도의 로컬 승강기군이 서비스한다. 국제고층건물학회(CTBUH)가 킹덤타워(제다타워) 설계 사례를 다룬 기술자료에 따르면, 로컬 존 하나가 지상에서부터 서비스할 수 있는 층수는 건물 용도와 인구밀도에 따라 대략 70~90개 층 수준이며, 스카이로비 하나는 대략 50~100개 층 구간을 커버하는 데 적합하고, 100층을 넘는 건물은 통상 스카이로비를 2개 이상 두어 로컬 승강기 코어를 위아래로 쌓아 올리는 방식을 쓴다.

처음 스카이로비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는 그냥 “높은 층에 있는 로비 하나” 정도로만 이해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은 스카이로비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샤프트를 지상까지 끌고 내려오지 않기 위한 구조적 장치라는 점이었다. 셔틀 승강기 하나가 여러 개 층 구간을 대신 커버해준다는 발상이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영리하게 느껴졌다.

실제 수치

  • 승강기 그룹당 실무 한계는 통상 8대 내외. KONE 논문의 60층 오피스 건물 시뮬레이션에서도 코어 면적·최대 대기시간(filling time) 목표를 최적화한 해는 그룹당 승강기 수가 8대를 넘지 않았다.
  • 같은 논문에서 실무상 조닝 단계는 4~5개 존이 한계로 제시됐다. 이론상 조닝 조합의 수는 층수가 늘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60층 건물이면 약 10^18가지) 그중 실행 가능한 조합은 소수다.
  • 설계 기준으로 흔히 쓰이는 값은 ‘5분간 수송능력(%HC5) 12%, 배차 간격(interval) 30초’다. 이는 재실 인원의 12%를 5분 안에 실어 나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며, 이 기준을 만족하려면 8대 규모의 단일 그룹으로는 부족해 4대씩 두 개 그룹(저층·고층)으로 나눠야 하는 사례가 논문에 제시돼 있다.
  • 더블데크(2층 승강기 칸) 방식을 적용하면 필요한 샤프트 수를 30~40% 줄일 수 있고, 스카이로비와 더블데크를 함께 적용하면 초고층 건물에서 코어 면적의 5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같은 연구의 결론이다.

실제 사례

타이베이 101 (대만)

타이베이101 공식 운영사가 공개한 수직교통 자료에 따르면 이 건물의 오피스 구간은 9~34층, 35~58층, 59~84층 세 개의 존으로 나뉘고, 존 사이의 환승층은 35·36층과 59·60층에 위치한다. 로비와 이 두 환승층(스카이홀)만 무정차로 잇는 전용 셔틀 승강기가 10대 있고, 건물 전체에는 상하 두 개 층을 동시에 실어 나르는 더블데크 승강기가 34대 설치돼 있다. 더블데크 승강기는 승객 수요에 따라 더블데크 운전과 싱글데크 운전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상하이타워 (중국)

상하이타워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건물 프로그램은 9개의 수직 존으로 구성되고, 오피스 구간은 더블데크 셔틀 승강기가 서비스하는 4개의 스카이로비를 거치며, 호텔 구간 접근을 위한 스카이로비가 101~102층에 별도로 하나 더 있다. 각 스카이로비는 정원이 딸린 아트리움 공간으로 조성돼 있으며, 로컬 구간은 싱글데크 승강기가 담당하고, 전망대까지는 초속 18m로 운행하는 초고속 셔틀 승강기 3대가 별도로 운행한다.

비교: 단일 조닝 대 다중 조닝

아래는 KONE 논문이 제시한 100인/층·60층 오피스 건물 시나리오를 텍스트로 정리한 흐름이다.

[단일 조닝] 로비 → 승강기 39대가 1~60층 전 구간 개별 서비스 → 코어 면적 16,058㎡
          ↓ 조닝 적용
[다중 조닝] 로비 → 저층존(1~수십 층, 소수 그룹) / 고층존(익스프레스 통과 후 상부만 서비스) → 승강기 30대, 코어 면적 7,452㎡

같은 수송 조건에서 승강기 대수는 약 23% 줄고 코어 면적은 약 54% 줄었다. 정차 층수를 나눠 왕복 시간을 짧게 유지한 결과, 더 적은 승강기로도 같은 수송능력 기준(%HC5 12%)을 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흔한 오해

“승강기가 많을수록 무조건 빠르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다. 승강기 대수를 늘리면 수송능력은 커지지만, 그만큼 샤프트가 차지하는 바닥면적도 늘어나 임대 가능 면적이 줄어든다. 반대로 정차 층수를 무리하게 넓혀 승강기 그룹 하나로 처리하려 하면, 왕복 시간이 길어져 배차 간격이 벌어지고 대기시간이 늘어난다. 조닝과 스카이로비는 이 둘 사이에서 수송능력을 유지하면서 코어 면적을 줄이는 절충안이지, 어느 한쪽을 무조건 극대화하는 장치가 아니다. KONE 논문도 코어 면적 최소화, 승강기 총 대수 최소화, 최대 대기시간(filling time) 최소화라는 세 개의 목표가 서로 상충한다는 점을 계산으로 보여준다.

처음엔 나도 이렇게 오해했는데, 그냥 승강기를 최대한 많이 넣으면 대기시간이 줄어들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볼수록 이게 코어 면적, 승강기 대수, 대기시간이라는 세 가지 목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줄다리기라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건물마다 조닝 방식이 조금씩 다르게 설계되는 이유도 납득이 갔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로비의 승강기 안내판이 사실은 이런 복잡한 계산의 결과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타이베이101과 상하이타워의 승강기 자료까지 찾아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두 건물이 조닝 개수나 스카이로비 배치에서 꽤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같은 원리를 알고 있어도 건물마다 실제로 구현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라는 걸, 이번 조사를 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핵심 정리

  • 건물이 높아질수록 승강기가 서비스할 층이 늘고, 이를 유지하려는 승강기 대수 증가가 샤프트 면적 증가로 이어진다.
  • 조닝은 건물을 저층·중층·고층 구간으로 나눠 각 구간을 별도 승강기군이 담당하게 함으로써 정차 횟수와 왕복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 스카이로비는 셔틀 승강기로 지상과 중간 환승층만 잇고, 그 위의 로컬 승강기군을 환승층 위에 쌓아 지상까지 내려오지 않게 함으로써 코어 면적을 추가로 절감한다.
  • KONE 연구 사례에서는 조닝만으로 코어 면적을 약 54%, 밀도가 높은 건물에서는 최대 약 60%까지 줄일 수 있었고, 더블데크와 병행하면 50% 이상의 절감도 보고된다.
  • 타이베이101과 상하이타워는 각각 3개 존·2개 환승층, 9개 존·5개 스카이로비 구조로 이 원리를 실제 건물에 적용한 사례다.

참고자료

  • Ruokokoski, M., Sorsa, J., Siikonen, M-L., “A Systematic Methodology for Analysing Zoning Options for a Building Using Dynamic Programming”, Proceedings of the 9th Symposium on Lift and Escalator Technologies, KONE Corporation, 2018. https://liftescalatorlibrary.org/paper_indexing/papers/00000167.pdf
  • CTBUH, “Elevator Designs for the Kingdom Tower”, Council on Tall Buildings and Urban Habitat 기술자료. https://global.ctbuh.org/resources/papers/download/2388-elevator-designs-for-the-kingdom-tower.pdf
  • TAIPEI 101 공식 웹사이트, “Vertical Transportation”. https://www.taipei-101.com.tw/en/corporate/verticaltransportation
  • Shanghai Tower 공식 웹사이트, “Sky Lobby”. https://en.shanghaitower.com/skylobb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