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나 도심 고가교 위를 걷다 보면 상판과 상판이 만나는 지점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좁은 틈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덜컹” 소리를 내는 이 틈은 시공 오차나 부실 공사의 흔적이 아니라, 교량의 길이 변화를 흡수하도록 설계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삽입한 신축이음(expansion joint)이다. 이 틈을 없애면 교량은 더 튼튼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름철에 스스로를 파괴할 위험을 안게 된다.

사실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거창하지 않다. 몇 년 전 여름, 자전거를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다가 이음부를 지날 때마다 “덜컹” 소리와 함께 바퀴가 살짝 튀는 느낌이 나서 신경이 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로 포장이 낡아서 생긴 틈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독 일정한 간격으로 같은 폭의 틈이 반복된다는 게 이상했다. 그러다 폭염 뉴스에서 “다리가 열 때문에 안 닫힌다”는 기사를 보고서야 이 틈이 그냥 마모된 자국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산해서 넣은 장치라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자료를 찾아보게 됐다.

열팽창이 구조물의 길이를 바꾸는 원리

모든 고체 재료는 온도가 오르면 원자 사이의 진동 폭이 커지면서 부피가 늘어나고, 온도가 내리면 반대로 수축한다. 이 성질을 열팽창(thermal expansion)이라 하며, 단위 길이당 온도 1℃ 변화에 대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비율을 열팽창계수(coefficient of thermal expansion, CTE)라 부른다. 교량 상판처럼 수십 미터에 이르는 긴 부재는 이 비율이 아주 작아도 실제 늘어나는 길이(신축량)는 무시할 수 없는 크기가 된다. 신축량은 다음 식으로 계산한다.

ΔL = L × α × ΔT
(ΔL: 신축량, L: 부재 길이, α: 열팽창계수, ΔT: 온도 변화폭)

이 공식 자체는 단순해 보이는데, 막상 뒤에 나오는 실제 수치를 대입해보고 나서야 “겨우 몇십 밀리미터가 왜 문제가 되나” 싶었던 처음의 의문이 풀렸다. 몇십 밀리미터라도 그걸 흡수할 틈이 없으면 그 힘이 고스란히 구조체 안에 갇힌다는 걸 자료를 찾아보며 새삼 실감했다.

온도 변화가 신축이음까지 도달하는 단계

실제 교량에서 열팽창은 다음 순서로 진행되며 각 단계에서 신축이음과 가동받침이 이를 흡수한다.

① 낮과 밤, 계절에 따라 대기온도와 노면 복사열이 변한다 → ② 강재 거더나 콘크리트 상판의 온도가 함께 오르내리며 재료가 팽창·수축한다 → ③ 상판 전체 길이가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 ④ 상판 양 끝의 신축이음이 벌어지거나 좁아지며 길이 변화를 흡수한다 → ⑤ 교각 위의 가동받침(교좌장치)이 상판의 미세한 이동을 함께 받아내며 교각 자체에는 수평 하중이 전달되지 않는다.

이 경로 중 어느 한 곳이 막히면, 즉 신축이음이 이물질로 메워지거나 설계 이동량보다 좁게 시공되면 팽창하려는 상판이 이웃 상판이나 교대(bridge abutment)를 밀어붙이면서 압축력이 구조체 내부에 갇힌다.

설계기준상의 온도범위와 재료 계수

국내 도로교설계기준(2005)은 교량이 견뎌야 할 온도변화의 범위를 표준 지역 기준 −10℃에서 +50℃로, 추운 지방(한랭지역)에서는 −30℃에서 +50℃로 규정한다. 같은 기준에서 강재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합성거더교의 선팽창계수는 1.2×10⁻⁵/℃로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흔히 인용되는 강재의 일반 열팽창계수 약 12×10⁻⁶/℃와 일치한다. 이 값을 앞의 식에 대입하면, 길이 40m인 강교 구간이 표준 온도범위(폭 60℃)를 모두 겪을 경우 이론적 신축량은 40,000mm × 1.2×10⁻⁵ × 60 ≒ 28.8mm에 이른다. 실제 설계에서는 여기에 콘크리트의 건조수축, 크리프, 거더 처짐에 따른 각변위, 여유량을 더해 신축이음의 총 이동량을 산정한다. 한국강구조학회지에 실린 강상자형교 실측 연구(2021)에서는 신축이음 설치 위치 1개소당 96.074mm의 신축량을 확보하면 99%의 확률로 실측 유간 변화가 설계값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실제로 이 논문 수치를 찾아보니, 이론적으로 계산한 28.8mm보다 실제 설계에서 확보하는 여유량(96mm 이상)이 훨씬 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나도 신축이음이 딱 계산값만큼만 벌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정밀한 장치일 거라고 오해했는데, 실제로는 건조수축이나 처짐 같은 여러 변수를 더해 넉넉하게 여유를 두고 설계한다는 걸 알고 나니 왜 다리마다 이음부 폭이 조금씩 다르게 보였는지도 이해가 됐다.

실제 사례: 폭염에 닫히지 못한 도개교

2026년 9월 2일, 미국 시카고의 듀세이블 레이크쇼어 드라이브(DuSable Lake Shore Drive) 도개교(bascule bridge)는 선박 통행을 위해 상판을 들어 올린 뒤 다시 닫으려 했으나 4시간 넘게 닫히지 못했다. 당시 오헤어 공항 기준 기온이 이틀 연속 35~36℃까지 올랐고, 강재로 된 상판이 대기 중에 노출되면서 팽창해 맞물림 구조가 어긋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방 당국은 냉각수를 뿌려 강재 온도를 낮춘 뒤에야 상판을 닫을 수 있었다. 같은 날 시카고 남부의 토런스 애비뉴 교량도 한 시간 넘게 같은 문제를 겪었다. 이 사례는 신축이음이나 가동부가 설계 범위를 넘어서는 열팽창을 흡수하지 못하면 구조 손상이 아니라 기능 정지라는 형태로도 문제가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다리가 안 닫힌다”는 문장이 잘 상상이 안 됐는데, 관련 보도를 하나씩 찾아 읽으면서 소방차가 강판에 물을 뿌리는 장면을 보고서야 열팽창이라는 게 교과서 속 공식이 아니라 실제로 도시 교통을 몇 시간씩 마비시킬 수 있는 현상이라는 걸 실감했다. 매일 지나다니는 다리 아래에서도 똑같은 원리가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신축이음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차이

신축이음이 없거나 막힌 구조물에서는 열팽창으로 발생한 압축력이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해 상판이 위로 솟아오르는 좌굴(buckling)이나 난간·연석의 균열, 교대 배면 토사의 압출 같은 손상으로 나타난다. 콘크리트 포장 도로에서 여름철에 갑자기 판이 솟아오르는 현상도 같은 원리다. 반면 신축이음이 정상 작동하는 교량은 온도 변화가 클수록 이음부의 틈이 벌어지거나 좁아질 뿐, 구조체 내부에는 추가 응력이 쌓이지 않는다. 신축이음 방식도 이동량 규모에 따라 나뉜다. 이동량이 작은 구간에는 고무 재질의 시트형(sheet-type) 조인트를, 중간 규모에는 핑거형(finger joint, 톱니 모양으로 맞물리는 강재판) 조인트를, 대형 사장교나 현수교처럼 이동량이 수백 mm에 이르는 구간에는 여러 개의 고무 씰과 강재 빔을 겹쳐 배치한 모듈러(modular) 조인트를 사용한다.

흔한 오해: 틈이 있으면 부실공사다?

신축이음 부위의 틈, 소음, 단차를 보고 시공 불량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틈이 전혀 없는 상판 이음부야말로 설계 의도와 어긋난 상태다. 신축이음이 마모되거나 이물질로 막혀 정상적으로 벌어지고 좁아지지 못하는 상태가 진짜 결함이며, 이 경우 오히려 눈에 보이는 틈이 사라지거나 비정상적으로 넓어지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정기 점검에서 신축이음을 주요 점검 항목으로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오랫동안 “틈이 없을수록 잘 지은 다리”라고 무심코 생각해왔다는 점이다. 막상 원리를 알고 나니 반대로 틈이 규칙적으로 벌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게 오히려 정상 작동의 증거라는 사실이 꽤 신선했다. 앞으로 다리를 건널 때마다 저 틈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씩 눈여겨보게 될 것 같다.

핵심 정리

  • 교량 상판의 틈은 열팽창으로 인한 길이 변화를 흡수하도록 설계된 신축이음이며, 결함이 아니다.
  • 신축량은 ΔL = L × α × ΔT로 계산되며, 국내 기준상 강재·콘크리트 합성거더교의 선팽창계수는 1.2×10⁻⁵/℃, 표준 온도범위는 −10℃~+50℃다.
  • 신축이음이 막히거나 부족하면 압축력이 구조 내부에 갇혀 좌굴, 균열, 기능 정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 2026년 시카고 도개교 사례처럼 극한 고온에서는 신축이음뿐 아니라 가동부 전체가 열팽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이동량 규모에 따라 시트형, 핑거형, 모듈러형 신축이음이 구분되어 사용된다.

참고자료

  • 도로교설계기준, 2005, 국토교통부(건설교통부) — 온도변화 범위 및 선팽창계수 규정, https://www.codil.or.kr/filebank/construction/DC/CIGCDC510047/CIGCDC510047.pdf
  • 강상자형교 신축이음장치의 변형량 측정에 따른 설계온도 하중 평가, 한국강구조학회 논문집 제33권 제3호(통권 제172호), 2021, https://ksscjournal.or.kr/xml/29423/29423.pdf
  • Block Club Chicago, “Heat Shuts Down Lake Shore Drive Bridge For Over 4 Hours, Causing ‘Incredibly Hectic’ Day Of Traffic”, 2026.09.02, https://blockclubchicago.org/2026/09/02/heat-shuts-lake-shore-drive-bridge-for-more-than-4-hours-causing-incredibly-hectic-day-of-traffic/
  • WBEZ Chicago, “Here’s how extreme heat affects Chicago’s moveable bridges”, 2026.09.04, https://www.wbez.org/transportation/2026/09/04/why-chicago-bridges-get-stuck-h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