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이나 여의도 파크원처럼 외벽 전체가 유리로 덮인 건물을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저 넓은 유리판 한 장 한 장은 무엇으로 붙어 있길래 초속 수십 미터의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가. 답은 유리 한 장이 아니라 유리-접착재-프레임-구조체로 이어지는 하중 전달 체계에 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별거 아닌 계기였다. 여의도 근처를 지나다가 파크원 외벽에 노을이 반사되는 걸 보면서, 저렇게 큰 유리판이 대체 무엇으로 고정되어 있는 걸까 궁금해진 게 시작이었다. 고층 건물 유리창 파손 사고 기사를 볼 때마다 막연히 무섭다는 생각만 들었지, 정작 유리가 어떤 원리로 붙어 있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찾아본 적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관련 기준과 시방서를 하나씩 찾아보면서,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짜인 시스템이라는 걸 알게 됐다. 검색만 몇 번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KDS·KCS 같은 국가건설기준 코드명부터 낯설어서 하나하나 용어를 짚어가며 읽어야 했다.

커튼월과 풍압, 용어부터 정리

커튼월(curtain wall)은 건물의 하중을 직접 부담하지 않는 비구조 외벽이다. 건물의 무게와 지진력은 기둥·보·슬래브로 이루어진 구조체가 담당하고, 커튼월은 그 구조체 바깥쪽에 매달리듯 설치되어 외부 환경을 차단하는 역할만 한다. 그래서 커튼월(막·휘장이라는 뜻의 curtai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풍압(wind pressure)은 바람이 건물 표면에 부딪히며 만드는 압력이다. 유리판은 이 풍압을 정면에서 그대로 받는 부재이므로, 커튼월 설계의 핵심은 결국 이 풍압을 어떻게 안전하게 구조체까지 흘려보내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힘이 전달되는 경로: 유리에서 구조체까지

유리판에 가해진 풍압은 다음 순서로 전달된다.

[바람] → [유리판(단판 또는 복층유리)]
       → [구조용 실란트 접착선 / 개스킷]
       → [멀리언·트랜섬(수직·수평 프레임재)]
       → [앵커클립 + 파스너(볼트·와셔)]
       → [건물 구조체(슬래브·보)]

처음 이 전달 경로를 접했을 때는 유리와 실란트만 튼튼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니 앵커클립과 파스너까지 포함한 네 단계가 전부 맞물려야 한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랐다. 어느 한 구간만 잘 만든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힘이 흘러가는 경로 전체가 직렬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도식을 몇 번이고 다시 그려보면서, 결국 고층 건물의 유리 외벽이라는 게 하나의 물성이 아니라 여러 재료와 부재가 릴레이하듯 힘을 넘겨주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계별로 보면, 먼저 유리판 가장자리는 구조용 실란트(structural silicone sealant)로 프레임에 접착된다. 4면 구조실링공법(4-side SSG)에서는 유리 넉 장 모서리 전체를 실란트로 붙이고, 경화되기 전까지는 임시로 기계적 고정장치를 걸어 유리를 지지한 뒤 실란트가 굳으면 이를 제거하고 구멍을 실링으로 마감한다. 실란트가 유리와 프레임 사이의 미세한 틈을 메우면서 접착층 전체가 하나의 연속된 하중 전달면이 된다.

이렇게 실란트로 붙은 유리는 멀리언(mullion)이라 불리는 수직 프레임재와 트랜섬(transom)이라는 수평 프레임재로 둘러싸인다. 멀리언은 유리가 받은 풍하중을 모아 층마다 슬래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하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층부 멀리언에는 알루미늄이 흔히 쓰인다. 마지막으로 멀리언은 앵커클립(anchor clip)이라는 앵글·채널·플레이트 형태의 부재와 볼트·와셔 등 파스너(fastener)를 통해 건물 슬래브에 고정된다. 즉 유리 한 장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접착층·프레임·앵커·구조체 네 단계가 직렬로 하중을 분산시키는 구조다.

실제 수치로 보는 안전 기준

국내 건축물의 설계하중 전반은 국가건설기준센터가 관리하는 KDS 41 12 00(건축물 설계하중)에 따라 산정되며, 외벽에 작용하는 설계풍압은 기준높이별 설계속도압에 가스트영향계수와 풍력계수를 곱해 구한다. 커튼월 시공 단계에서는 금속커튼월공사 표준시방서(KCS 41 54 02:2023)에 따라 완성된 부재에 설계 풍하중의 1.5배를 정압·부압 양방향으로 가한 뒤 압력을 제거했을 때, 구조 부재의 잔류 변형이 부재 길이의 1/500 이하여야 한다는 기준이 적용된다. 즉 실제 설계 풍압의 절반 이상을 여유로 두고도 변형이 거의 남지 않아야 통과되는 셈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은, 단순히 여유율을 조금 두는 정도가 아니라 설계 풍하중의 1.5배씩이나 가압해서 시험을 한다는 점이었다. 거의 절반을 더 얹어서 시험한다는 걸 알고 나니, 왜 저 높은 건물들이 태풍이 불어도 크게 걱정 없이 서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실란트 자체의 규격은 KS F 4910(건축용 실링재)에서 정하며, 이는 국제표준 ISO 11600:1993과 부합화되어 있다. 유리 쪽에서는 복층유리가 표준으로 쓰이는데, 국내 유통 규격은 공기층 6mm 기준 전체 두께 16mm, 공기층 12mm 기준 22mm, 공기층 14mm 기준 24mm 등으로 구성된다. 단열 성능 차이도 수치로 확인되는데, 단판유리의 열관류율은 약 4.298 W/㎡·K인 반면 복층유리는 약 1.432 W/㎡·K, 삼중유리는 약 1.182 W/㎡·K로 측정되어 복층유리가 단판 대비 3분의 1 수준의 열손실만 낸다.

사례: 부산 해운대 엘시티 유리 파손

2019년 5월 27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동 83층에서 강풍으로 유리창이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파손된 유리는 가로 120cm, 세로 130cm, 두께 28mm 규격이었고, 깨진 파편은 바람을 타고 건물에서 100m 이상 떨어진 미포 공영주차장까지 날아갔다. 이 사례는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초고층 건물에서 유리 파손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해당 사고가 유리판 자체나 앵커·프레임의 구조적 탈락이 아니라 유리가 파손된 뒤 파편이 비산한 사고였다는 점이다. 실란트 접착층과 앵커 시스템이 버티는 것과, 강풍이나 비래물 충격으로 유리 자체가 파손되는 것은 서로 다른 안전 문제이며, 커튼월 설계 기준은 주로 전자, 즉 부재 탈락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처음 이 사고 기사를 접했을 때는 나도 ‘유리 고정이 부실해서 통째로 떨어진 건가’ 하고 이렇게 오해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실제로는 부재가 탈락한 게 아니라 유리 자체가 깨진 뒤 파편이 흩날린 사고였다는 걸 알게 됐고, 커튼월의 고정 체계와 유리 자체의 내충격성은 별개의 안전 이슈로 봐야 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정리해봤다.

비교: 4면 구조실링공법(SSG) vs 기계식 클램프 고정

구분 4면 구조실링공법(SSG) 기계식 클램프 고정
고정 방식 유리 4면 전체를 구조용 실란트로 프레임에 접착 유리 가장자리를 금속 클램프로 물리적으로 압착 고정
외관 줄눈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매끈한 유리면 클램프·볼트 헤드가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음
시공 관리 포인트 실란트 경화 전 임시 기계 고정 필요, 접착면 청결·경화 품질 관리가 핵심 볼트 체결력과 클램프 부식 관리가 핵심
하자 발생 양상 접착 불량 시 장기적 박리 위험 체결 이완 시 국부적 헐거워짐 위험

2면 SSG(수직 두 변만 실란트 접착)도 있는데, 이 경우 접착되지 않은 나머지 두 변은 클램프 등 별도 수단으로 지지되어야 하므로 4면 SSG만큼 매끈한 외관을 얻지 못한다.

흔한 오해

“유리는 얇고 약한 재료라 고층에서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커튼월에서 유리는 단독으로 하중을 버티는 부재가 아니다. 실제 안전성은 유리 자체의 강도보다 복층 구성, 실란트 접착면, 멀리언, 앵커클립, 파스너로 이어지는 다중 고정 체계와, 설계 풍하중의 1.5배를 가압해 잔류 변형을 확인하는 시험 절차에서 나온다. 유리 두께 한 가지 수치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느낀 건,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고층 건물 외벽 유리 한 장 뒤에 이렇게 많은 기준과 단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음에 여의도나 해운대를 지날 때는 저 유리판들이 어떤 경로로 힘을 흘려보내고 있는지 한 번쯤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자료 하나하나는 딱딱한 기준 문서였지만, 그걸 실제 건물과 연결지어 읽고 나니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는 게 이번 작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핵심 정리

  • 커튼월은 비구조 외벽이며, 유리에 가해진 풍압은 실란트 접착층→멀리언→앵커클립→건물 구조체 순으로 전달된다.
  • 국내 커튼월 부재는 KCS 41 54 02:2023 기준에 따라 설계 풍하중의 1.5배 가압 후 잔류 변형이 부재 길이의 1/500 이하여야 한다.
  • 실란트는 KS F 4910(ISO 11600 부합)에 따라 관리되며, 복층유리는 공기층 두께에 따라 16~24mm 등으로 구성되어 단판유리 대비 약 3분의 1 수준의 열관류율을 갖는다.
  • 2019년 해운대 엘시티 사례처럼 유리 파손 자체는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대개 부재 탈락이 아니라 유리 파손 후 비산의 문제로, 설계 기준이 다루는 탈락 방지와는 구분되는 이슈다.
  • 4면 구조실링공법과 기계식 클램프는 각각 외관과 시공 관리 포인트가 다르며, 안전성은 어느 한 방식의 우열이 아니라 시공 품질 관리에 좌우된다.

참고자료

  • 국가건설기준센터, KDS 41 12 00 건축물 설계하중(2022) — https://www.kcsc.re.kr/standardCode/viewer/KDS%2041%2012%2000:2022-10-11
  • 국가건설기준센터, 금속커튼월 공사 KCS 41 54 02:2023 표준시방서 — https://nogada.kwoody01.com/584
  • 한국표준(KS), KS F 4910 건축용 실링재 — https://kssn.net/search/stddetail.do?itemNo=K001010077452
  • LX Z:IN, 창호의 세계 ⑦ 유리 3(복층유리 두께 구성) — https://www.lxzin.com/styling/style-guide/detail/798
  • 한국에너지학회지, 아르곤 가스 충진율 변화에 따른 창호의 열관류율 변화 분석 — https://www.ksesjournal.co.kr/articles/xml/81MY/
  • 머니투데이, ‘해운대 엘시티’ 강풍에 유리창 파손…계속되는 사고(2020.01.10) — https://www.mt.co.kr/society/2020/01/10/2020011012563747056
  • sulark, 커튼월의 구성 및 구조, 방수, 결로 방지 — https://sulark.com/9